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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농촌 아이들] (중) 열악한 교육환경

  • 부산일보
  • 2005-05-04
  • 조회수 591

'먼거리 통학 걸어다니느라 너무 지쳐요'
과제물 사실상 포기 친구들도 따돌림
차상위계층 상당수 학교급식도 못받아
교사 가정방문 금지로 소외 더 심해져



경남 김해시 외곽 한 농촌마을에 살고 있는 민석(7·초등 2년·가명)이는 매일 40분 이상 걸리는 학
교길을 걸어서 다니고 있다. 학교에 통학버스가 있지만 학교가 몇 해 전 인근 학교와 통폐합되면
서 흡수된 학교 학생에게만 통학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이나 어린이
집을 다니지 못하니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 등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다니지도 못하는 형편
이다.
하지만 민석이의 진짜 고통은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민석이는 할아버지(70)와 할머니(64),정신
지체장애 1급인 부모와 형 등 6식구가 생활하고 있지만,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
니를 할머니 혼자서 돌보기 때문에 집에 가도 먹을 것을 제대로 챙겨줄 사람이 없다.

작년에는 더 힘들었다. 1학년은 오전수업만 한다는 이유로 학교급식 대상에서조차 제외됐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도 친구들이 자기를 피하거나 괴롭히기만 한다.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할머니
가 모든 가족들의 수발을 드는 바람에 정작 민석이는 한달에 한 번 목욕하기도 힘들기 때문. 학
교에서 내주는 과제물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 때문에 학교친구들의 따돌림에
마음이 상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의료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난한 농촌 아이들은 불완전한 학교 시스템으로 더욱 소외되고
있다.

경남지역 상당수 농촌지역 학교에는 통학버스가 없어 아이들은 30분 이상 걸어서 다니는 경우
가 많다. 당연히 교통사고 등에 늘 노출돼 있다. 물론 학원이나 어린이집의 차량들이 아이들의
통학을 책임지는 경우도 많지만 이것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
지다.

이때문에 지난달 25일 의령군교육청과 의령군의회는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의 초도순시 자리에
서 산간지역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위해 통학버스를 지원해 줄 것을 강력히 건의하기도 했다. 산
간지역 학생들의 경우 1시간 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기 때문에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이때문에
주민들이 인근 도시로 이주하면서 인구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허술한 학교 시스템은 학교급식 측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경남도내에서는 482개의 초
등학교 가운데 1곳을 제외한 481개교에서 학교급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급식소가 협소하거나 시설 등이 부족해 저학년의 경우 학교장 재량으로 급식을 하지 않
는 학교가 상당수 있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학년 아이들은 끼니를 굶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저학년 급식을 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사정을 알고 고학년 학생들
과 함께 밥을 먹이는 경우가 있으나 차상위계층 아이들은 여기에서조차 소외돼 툭하면 밥을 굶
고 있다.

무엇보다 소외된 농촌아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교육계의 무관심이다. 여기엔 역설적이게도 가
정방문 금지조치가 한몫을 했다. 언제부턴가 가정방문이 금지되면서 가난한 농촌지역 아이들은
더욱 소외돼 왔다. 겉으로 보면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를게 없는 만큼 아무런 시선을 받지 못하
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내 일부 학교에서는 설문조사 등을 통해 차상위 계층의 아이들에게 시민
단체나 복지가의 지원을 받아 급식 등의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는게 시민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농촌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소외돼 있
다"며 "촌지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금지시킨 가정방문이 오히려 소외 아동들을 더욱 방치하
는 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백남경·김진성기자

paperk@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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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경남 진주시 변두리의 한 농촌마을에서 할머니(77)와 둘이서 사는 기호(11·초등 4년·가명)는 부
산에 살다 부모의 이혼으로 지난 2000년 어느날 아버지 손에 이끌려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기호는 동네에서 2.5㎞ 이상 떨어진 학교를 다닌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집에서 1㎞나 걸어나가 마
을 어귀에서 버스를 타야 하지만 평소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30~40분은 걸리지만 그래도
학교를 오가는 시간은 괜찮은 시간들이다.

자전거 옆을 지나치는 버스가 겁이 나긴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갔다오면 함께 놀아줄 친구가 아무도 없다. 친구들은 모두 학원에 가거나 학습지를 하느라 바쁘
기만 하다. 기호가 다니는 학교는 이른바 도농통합지역에 있다. 도시 아이들과 농촌 아이들이 함
께 있다보니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수업이 없다.

도시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고 몇 명 안되는 농촌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방과후 수업
을 편성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호는 수업이 끝나면 갈 곳없이 집에 와 혼자서 논다. 그에게 유
일한 친구가 있다면 2년전 아버지가 수년만에 집에 들르면서 사다준 축구공 뿐이다.

기호는 집에 오면 텅빈 집 앞마당과 동네 골목에서 남의 집 시설하우스에 삯일을 나간 할머니가
저녁밥을 하러 올 때까지 혼자 공을 차며 시간을 보낸다. 할머니는 말이 돈벌러 다니는 것이지
하루가 멀다하고 몸이 아파 병원에 치료하러 가는 날이 더 많다.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이긴 하지만 허름한 농촌가옥 한 채와 약간의 논이 있다는 이유로 매달 26만원 정도만을 지원받
는다. 전기요금과 수도료를 주고 나면 입에 풀칠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기호네 집에는 그 흔
한 동화책 한 권도 없다. 학습도구 등은 물론이다.

할머니는 또래들보다 훨씬 왜소한 손자를 바라보며 "불쌍한 이놈이 중학교 갈때까지는 내가 살
아야 하는데…"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선규기자 sunq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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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든 농촌이든 가난한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가 또래 아이들에게 드러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가정방문도 중단되면서 이 아이들의 생활실태를 파악하기가 쉽지않아 아이
들은 더욱 방치되고 있습니다."
올해로 5년째 양산시 하북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헌민(31)교사는 "경기침체와
가정파탄 등의 여파로 농촌에서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의 수가 계속 늘고있
다"며 "이들의 상당수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선정에서도 제외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
만 제대로 도움을 받지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사는 "특히 차상위계층 아이들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이
때문에 이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주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학기초 설문조사를 통해 그나마 학생들의 가정형편을 파악하고 있다는 정 교사는 "설문조사를
분석해보면 자신의 처지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답을 거짓작성한 아이들을 간혹 발견할 수
있다"며 "이들을 상담해보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이 아이들에게 사회단체 등의 도움으로 점심지원에 나서고 일부 독지가 등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습도구 구입 등 공부를 도와주는데까지는 미치지 못하
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교사는 "가난한 아이들은 방과후 학원을 다니거나 학습지를 하는 일반 학생들과 달리 혼
자 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농촌의 가난한 아이들이 방과후에도 공부 등을 계속할 수 있도
록 지역별로 '무료공부방'등 문화시설을 설치해주는게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사는 "정부 차원에서 무료 PC보급과 인터넷 사용비를 지원해주고 있으나 예산상 차상위계
층 학생 전부가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자체나 지역사회단체 차원에서도 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권기자 ktg660@